우고 론디노네, 'nuns and monks(수녀와 수도승)', 2022 국제갤러리 설치작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1964~ )는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작품 세계로 동시대미술을 주도하는 스위스 태생의 작가이다. 그는 조형, 사진, 설치미술, 시(poem) 등 폭넓은 영역에서 유무형의 자연 소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가 추구하고 그의 작품에 응축된 다양한 매체 실험과 창작 이념은, 수많은 비평가와 감상자들의 말대로 살아 있는 우주에 대한 기록이자 인간 내면에 대한 시적인 성찰이
【 대곡천 엿보기】 대곡천 철철철-맑은 물, 울긋불긋 단풍 물결, 붉은 쇳물, 일꾼들의 땀방울울산 대곡박물관 전경권용대 울산대곡박물관장길고 깊은 골짜기에 기대어 굽이굽이 흐르는 대곡천은 태화강의 젖줄이다. 사시사철 울산시민에게 끊임없이 생명수를 내어주는 소중한 우물이다. 이 고마운 우물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보따리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대곡댐 건설로 모두들 이주하고 남은 터에는 그들보다 훨씬 먼저 살았던 흔적들이 꼭꼭 숨어 있었다. 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에는 크고 작은 절터와 건물들, 쇠부리.숯.옹기.자기.기와를 구웠던 가마,
난, 사라진 고래에 대해장생포에서 생각하는데지상의 모든 고래가반짝 대답을 하네아찔한 높이의 고래자리에서먼저 신호를 보내면고래는 이미 허공에서 흔들창끝에 매달린 고래,밧줄에 포박된 이름,바위 속에 박제된 이빨고래는 고래다워지려점점 사라진다는데바위에 숨어들었다가몰려나와 청빛 소릴 지른다네소리가 소리를 밀고나와바다를 누비며우우하고 바람소리를 내는 일투명한 허공의흰 뼈는 지상의 길을 닮은 것발끝엔 아픈 흔적이 묻어그러니까 당신의 척추가 시려오는 날1969년 경북 상주2006년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등단.계간 신인상시집 「
백남준, '거북'(1993)울산시립미술관 학예팀장 이진철166대의 TV 모니터가 현란한 속도로 변화무쌍한 영상들을 송출해내는 백남준(1932~2006)의 비디오 설치 작품 은 1993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TV 모니터를 거북 형상으로 설치한 이 작품은 자연과 기술, 동양정신과 서양문물의 결합이라는 백남준 특유의 미학을 보여준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한 백남준의 대표작 이 서양의 예술관을 담은 '하늘'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은 세계를 유지하고 떠받치는
보스코 소디 'Untitled(무제)', 2012년, 캔버스에 혼합 매체, 186 x 186cm'Untitled'(무제) 보스코 소디(Bosco Sodi, 1970~ )는 회화와 조소 작업으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다. 가공되지 않은 유기 재료를 사용해 독특한 질감의 추상회화 및3차원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균열과 틈으로 가득 찬 지질학적 질감으로 자연과 시간의 변화를 표현하는 방식이 소디 작품의 특징이다. 그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질의 물리적 변화를 통해, 예술가의 창의적인 몸짓과 작품 사이의 영적 연결을 시
【 예채영의 미술읽기】 나는 심플하다 배 호작 순수하고 심플하게 그려진 그림을 보고 있자면 살며시 미소 짓게 되는 장욱진(1917-1990)화백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1963년 作 은 담백한 색으로 소박한 식탁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간결한 선으로 그려진 식기도구와 밥그릇, 물잔, 그리고 넙치와 생선 뼈다귀를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가 그린 듯한 천진함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그는 이 그림을 완성한 후 "됐다. 오늘은 이것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자"라고 말한 일화는
【 울산을 읊다】 슬도 관람법 권영해슬도에서는파도 소리를 음악적으로 들을 수 있는귀가 있어야 한다아니,달이 수평선으로 이끌리는 소리를거문고 가락으로 변환해서 들을 줄 아는눈치가 있어야 한다몸을 부풀렸던 바다가숨결을 가다듬고아련한 등대 불빛이한 잔의 생맥주처럼 싸하게 안겨드는일몰이 다가오면갈매기의 가슴에서는둥근 물결의 노래가 생성된다성끝마을에서는그것이 사랑가이든이별가이든, 자장가이든바람이 파도를 타는지파도가 악기를 타는지는문제 되지 않는다(하략)1997년 에 김춘수 시인 추천으로 등단시집 『유월에 대파꽃을 따다』, 『봄은
【 울산을 읊다】 배내 가는 길권기만태봉마을 지나 배내 가는 길송골산방 들러 하늘 몇 평에 눈 맞추고헹구듯 굽이굽이 골짜기 돌아가면배꽃이 내를 이룬 바다흰 살결 떼 지어 돛을 새우고무더기 정박해 있다먼 우주로 출항을 서두르는 봄에만 항구가 서는 바다항구가 서고 7일 시집가는 날지상에서 가장 흰옷에 어울리는 때에우주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고일 년 중 열흘만 항구가 되는 바다소리 없이 배꽃이 지면아득해지는 그때빛살처럼 몸이 열렸다 닫힌다어디까지 갔다 왔는지 모를 흰 속살한 열흘 손 흔들고 나면굽이굽이 내 몸에도 배꽃이 핀다2012년
영화는 '인간의 심리'를 스크린에 옮겨보려 하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여주인공 '레다'는 48세의 중년이며, 비교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다. 그녀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중에, 우연히 '엘레나'라는 이름의 어린 딸을 키우는 젊은 여성 '니나'를 만나게 되고, 그 때부터 그녀에게 모종의 심경의 변화들이 생긴다. 그와 더불어 자신의 과거 기억들도 빈번하게 솟아오른다. 두 모녀를 보면서(의
【 오나경의 21세기 미술관】(66)게오르그 바젤리츠 'Schlafzimmer(침실)' '거꾸로' 아닌 '거꾸로' (반전의 미학)게오르그 바젤리츠, '침실(Schlafzimmer)', 2005, Oil on Canvas, 427X290cm동시대 가장 권위 있는 미술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Georg Baselitz, 1938년 ~ 독일)는 20세기 후반 독일 미술의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한 신표현주의의 상징적 인물이다. 생소하거나 다소 그로테스크한 형상들은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들의 주된 표현 특징으
【 이인호·허명의 문화줌인】내드름 연희단 신명 - 내드름 연희단의 '환생전' - 보는 사람과 보여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듣는 사람과 들려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흥에 겨울지 생각합니다 흥을 주고 흥을 받으며 주고 받는 것으로 땀이 차오릅니다 누가 흘린 땀일까요 애 쓰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침 현관 앞엔 택배가 와있고 주고 간 사람을 떠올립니다 신명은 주고 받는 거라고 환한 무대를 봅니다 주고, 받았으니 오래 간직합니다 사진=허명 · 글=이인호
【 울산을 읊다】간절곶강세화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뭍에서 가장 먼저 아침 해를 볼 수 있는 곳새해 벽두에 첫 일출을 맞이하러 가는 곳봄인데 별다른 약속도 생각나지 않고나긋한 속삭임 귓불을 건드리는 날발걸음 앞세워 바닷가 봄볕을 만나러 간다바다 기슭을 끼고 해파랑 길을 따라파도 소리 말을 거는 오솔길에뒤도 안 돌아보고 지나쳤던 날이 생각난다사촌 누나 같은 선생님과 봄가을 소풍날둘레둘레 앉아서 수건돌리기 하던 자리에오랜 추억 바래진 시간이 널려있다갯바위에 찰랑거리는 물결 소리를 디디고눈에 띄는 등탑 계단을 오르면때마침
【 예채영의 미술읽기】 따뜻한 겨울이 되길 바라며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거리에 반짝이는 불빛과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듣고 있으면 문득 떠오르는, 지금의 연말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리는 화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골집, 정원, 작은 도시의 길거리 등의 풍경을 따스한 빛으로 행복을 담아 그려내는 '토마스 킨케이드'는 '미국의 국민화가', '크리스마스 화가'라고 불리 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 화가의 이름은 몰라도 카드나 달력 등에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의 그림을 한번쯤은 본적이
(65) 다니엘 뷔렌 '어린아이의 놀이처럼(Like Child's Play)' 다니엘 뷔렌 '어린아이의 놀이처럼(Like Child's Play)' 대구미술관 현장 설치 작업다니엘 뷔렌(Daniel Buren, 프랑스, 1938년~ )은 동시대 세계적인 개념 미술가이자 설치 미술의 거장이다. 회화, 영상, 조소 등을 매체로 '특정 장소성(Site-Specificity)'을 반영해 작품과 공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인-시튜(In-Situ)' 작업은 그의 설치 작품 세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모티브이다. 그가 2014년에
# K형, 오늘은 자크아탈리의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 이야기를 조금 인용하겠습니다. "인문학적 의미에서 노마드는 중심부 질서를 지향하기보다 변방에 머물며 자유롭고 불안정하며 이동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오늘날 대다수 도시 정착민들은 중심부로 들어가고픈 욕망과 불가피한 강제에 매여 있으면서도 한편 노마드적 자유를 갈망하고 흉내 내는 이중적 갈망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극 동네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을 위한 예인집단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유랑극단입니다.
배 호 화백는 여러모로 독특한 영화다.우선 제작 방식이 남다르다. 감독과 프로듀서가 직접 부부 역할로 출연하는데, 그 둘은 현실에서도 부부다. 다른 출연자들도 가족과 지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들 역시 몇몇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실생활을 연기한다. 극 속 친정엄마도 실제 친정 엄마이고, 처남도 현실의 처남이며, 조카들도 매한가지다. 촬영 장소 역시 자신들의 집이고, 처가댁이며, 동네 길가다. 게다가 각본, 연출, 편집, 사운드, 조명 등 거의 모든 제작 과정을 감독과 프로듀서 둘이서 나눠서 함께 작업했다. 출연
바바라 크루거 '당신 생각(Think of You), 1999-2000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1945~ 미국)는 흑백 화면, 빨간색 박스, 하얀 색 텍스트로 구성한 매체작업으로 전 세계 시각문화의 트렌드를 주도하며 인간의 정체성을 다루는 개념 미술 작가이다. 197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그녀의 '텍스트 아트'는 남성·소비주의, 권력 문제를 날카롭게 겨냥해 페미니즘 미술의 거장으로도 우뚝 서 있다.'Think of You(당신 생각)1999~2000' 은 안전핀이
【 예채영의 미술읽기】 전시가 끝난 후♪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대학가요제와 영화'친구'에서 불렸던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가사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흥얼거렸을 것이다. 미술관에 근무하고 있는 필자도 전시가 끝난 후 느끼는 감정은 마찬가지다. 노래 가사와 같은 연극은 아니지만, 전시도 정성스레 준비를 하고 일정 기간 동안 관람객들을 만나고 막을 내린다. 전시준비를 한다고 하면 "벽에 그냥 그림만 걸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
【 울산을 읊다】 울산학성김어수망해 가는 왜적들이바닷가에 성을 쌓고더러운 발 디뎌가며정세를 살피다가사명당 한마디 호령애놀란 청정 기절하다임진왜란 7년 만에기진맥진 패족들이쫓기다 여기 와서머물다간 그 자욱이치욕의 역사와 함깨4백 년이 가까워라성 위에 올라서서동해를 바랄 적에그 날의 분노가부드득 이 갈린다주먹을 불끈 쥐면서허리띠를 다시 죈다199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조사」당선1966년 울산문협 창립 및 초대회장 역임시조집「회기선의 꽃구름」, 「햇살 쏟아지는 뜨락」수필집 「달안개 피는 언덕길」 등, 번역서 「안락국태자경」 등
# K형, 실경 뮤지컬「울산 그리고 임진왜란」이 지난 23일 울주군 서생포 창표사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연극동네에서는 "막이 내리면 모든 것을 잊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공연을 준비 하면서 생겨난 작업자들의 갈등과 힘겨움을 빨리 지우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 아쉬움 보다는 다가오는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10월 9일 북구 기박산성으로 가는「울산 그리고 임진왜란」첫 공연의 길은 기령재라는 지명이 말해 주듯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작품에 참여한 작업자들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