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겋게 익은 자리는 아버지 자리였다./구들목 중심에는 책임이 있었고/때론 배려가 따뜻하게 데워졌고/사랑으로 익었다.//…//검은 광목 이불 밑에/부챗살처럼 다리펴고/방문 창호지에 난 유리 구멍에/얼핏 얼핏 날리는 눈을 보며/소복히 사랑을 쌓고 싶다.…’(박남규의 시 ‘구들목’의 일부) 아궁이에 불을 때면 구들장이 열을 받으면서 방 전체가 따뜻해진다. 아랫목이 식어가면 ‘군불’을 뗀다. 군불은 오직 방을 덥히기 위해 아궁이에 때는 불이다. 장작군불시대와 더불어 1990년대 이전 연탄시대엔 김장후엔 연탄 100장만 쌓아 놓으면 서민의
‘생각은 맑게, 용모는 단정하게, 말은 적게, 행동은 무겁게’ 등 네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의 거처라는 뜻의 사의재(四宜齋)가 화제가 됐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서른아홉살이던 1801년 신유사옥에 연루돼 전남 강진으로 유배됐다. 그곳에서 머물 집을 찾아봤으나 누구도 ‘서학쟁이’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강진 읍성 동문 밖 주막집 노파 도움으로 겨우 행랑채 한칸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다산은 초당에 자리 잡기 전까지 이 주막 행랑채에서 4년을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황상·이청 등 그 아이들이 훗날 ‘강진 6제자’가
우리 민족의 명절 설날을 지난 지 일주일이 됐다. 올 설엔 설날에 대한 영문 표기로 사이버 공간이 시끄러웠다. 영국 박물관은 한국 전통 공연을 홍보하면서 "한국의 음력설(Korean Lunar New Year)을 함께 즐겨보세요"라는 글을 올렸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 테러를 당했다. 이에 놀란 영국 박물관은 중국 청나라 여성 그림을 올리며 해시태그에 ‘Chinese New Year’라고 적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 문화와 역사를 헤치는 원흉"으로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교수를 지목하고 "너희 딸 가만두지 않겠다
1950~60년대 미국 할리우드를 누비며 ‘20세기의 모나리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불렸다. 1956년 ‘노트르담의 곱추’, 1959년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에서 관능미를 유감없이 보여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1968년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18년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헌액됐다. 이탈리아 영화계 전설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지난 1월 16일(현지 시간)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나 롤로브리지다가 별세하고 이제 유럽 트로이카 여배우 중 브리지트 바르도와 소피아 로렌만 남았다. 김수용 감독(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신문 폐지가 사라졌다"고 어느 지인이 말했다. '종이신문의 위기’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알려주기 위한 충고성 발언이었다. 종이신문의 위기가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닌데도 '신문이 돌지 않는 세상’이 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다는 사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종이신문의 위기’에 많은 신문사들이 비교적 잘 대응해 왔다. 지면 제작뿐 아니라 자사의 뉴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냈다. 울산매일은 지역 신문사들 가운데서도 '뉴미디어’를 통해 모범적으로 위기관리를 해왔다. 울산매일은 'U
서울의 남산타워나 부산 용두산의 부산타워는 왜 도심의 중앙에 솟아 있을까. 산이 없던 파리시(市)가 평지에 철재 구조물을 세워 세상의 중심을 외친 이유는 뭘까. 산마루에서 세상을 조망하던 수고를 현대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구조물은 의외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망루에 서면 세상이 발아래 깔리는 우쭐함이 더 높은 구조물로 솟았는지 모를 일이다. 울산에서도 최근 울산대교 전망타워에 만족할 수 없어 남산의 높이를 끌어올려 볼거리를 만드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바로 오늘 울산여지도가 열세번째로 밟아보는 땅 남산이다. 남산은 흔히 12봉
지난 20일로 만 3년이 된 코로나 시대가 4년째로 접어들었다.2020년 1월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30대 중국 여성이 국내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21일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폐렴으로 먼저 알려졌다. 그리고 두 달도 되지 않아 한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내에 첫 확진자가 나온 지 꼭 3년 사흘이 지난 1월 23일 0시 현재 누적 확진자는 3천만명을 돌파, 3천만 8,756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6명이 확진, 누적 확진자 수는 세계에서 7번째로 많고, 사망자는 34번째로 많은
원자력은 국력(National Power)이다. 아니 요즘엔 ‘시력(City Power)’ 혹은 ‘군력(County Power)’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동안 탈원전으로 힘들어하던 동남권 지역의 관련 산업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원전의 이용율이 80% 이상으로 7년만에 회복했다. 사실 에너지 위기를 불러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의 천연가스 의존, 기후 변화로 인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증대가 원자력과 원자력 산업을 보유한 지역과 국가의 어려움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24시간 무탄소의 안정적 에너지의 수급은
‘설 전날 밤/현관에 빼곡히 모인 신발들//서로 뺨 부비고/업히기도 하고/배 위에 올라가 장난치다/쿵! 떨어지기도 하고/구석으로 밀려 징징대기도 하더니//날이 밝자/한가위에나 보자며 다 떠나가고/할머니 털신만 오도카니 남아있다’(김현숙의 ‘신발들’). 설날 현관에 모여있는 신발을 보면 가문의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다. ‘설날’이라는 낱말에서 ‘설’이라는 말은 ‘삼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있다. 새해 첫날에 일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내게 해달라는 바람이다. 그밖에 ‘설다. 낯설다’라는 뜻이 있다. 한 해를 새로 세운다는 뜻 ‘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승전국인 영국은 당장 국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었다. 전력공급이 급했던 영국은 템즈강변에 화력발전소를 짓고 밤낮으로 전기를 생산했다. 1981년까지 30년 이상을 풀가동한 화력발전소는 런던의 하늘은 검고 암울하게 만들었다. 런던 시민들은 배가 불러오자 검게 변한 하늘을 제대로 보게 됐다. 검댕이가 날아다니는 런던의 하늘과 오염에 찌든 템스강은 런던의 민낯이었다. 삶의 질은 언제나 배가 물러야 생각나는 법. 딱 그 시점부터 화력발전소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년의 세월 동안 흉물로 방
면죄부(免罪符)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죄를 면한다’는 뜻으로 발행한 증서였다. 15세기 말기에는 교회의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대량으로 발행되어 루터가 앞장선 종교개혁의 단초가 되었다. 중세 시대 로마 가톨릭의 획기적인 기획상품이었던 면죄부의 가격은 신분과 죄목에 따라 달랐다. 예컨대 근친상간이나 낙태와 같은 죄는 금화 5냥, 수도사가 처녀를 범한 죄는 금화 6냥, 성직자가 첩을 거느렸을 때는 금화 7냥이었다. 면죄 기간 역시 3개월에서 평생까지 다양했다. 심지어 죽은 조상의 면죄부도 있었다. 폐단이 쌓여 돌이킬 수 없게 되자 156
올해부터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도 ‘소비기한’을 확인한 후 버리지 말고 먹어도 된다. 1월 1일부터 식품 포장재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비기한은 여러 실험 결과 과학적으로 먹어도 안전한 기한으로 유통기한보다 길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탄소 배출 감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는 자식에게 어머니들은 "죽고 나면 내내 잘 텐데, 뭔 잠을 그리 자냐"고 버럭했다. 인터넷 기업 구글은 인간수명을 500년까지 늘리겠다며 추진한 비밀 연구 프로젝트의 첫
1월의 영어 이름은 ‘두 얼굴’의 로마 신(神) 야누스(Janus)에서 유래했다. 머리의 앞뒤에 얼굴이 있는데, 시작과 끝을 상징한다. 뒤통수의 얼굴은 과거를, 정면의 얼굴은 미래를 바라본다.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는 새해를 맞이한 지 어느새 보름이 지났다. 니체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다 잊는 것도 아니고 다 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살다 보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그리고 상처가 깊으면 기억도 깊은 법이다. 모든 삶에는 아픔이 동반되기 마련이고, 우리의 기억은 아픔이 남긴 흔적이다. 새해가 시작
레미콘 트럭이 아파트 공사장을 향해 달리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6명의 희생자를 낸 신축 광주 I 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가 1주기를 맞았다. 콘크리트 날림공사로 바닥이 무너져 사고가 났다. 콘크리트는 가장 오래된 건축자재 중 하나다. 고대 로마의 신전 등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물은 전쟁과 지진에도 2000년이 지난 지금 원형이 보존돼 있을 만큼 단단하게 건설돼 있다. 이같은 초 내구성은 부두나 하수도, 방파제 등 혹독한 환경에서 더 두드러진다. 로마제국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자신이 로마를 벽돌의 도시에서 대리석의 도시로 만들었다고
해마다 가을이면 울산 원도심에서는 우렁찬 줄다리기가 펼쳐진다. 그 이름도 독특하다. 마두희다. 무려 3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이 줄다리기는 일제강점기 때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부활했다. 그 마두희의 근원을 찾아 올라가 보면 만나는 땅이 남목이다. 울산 최초의 읍지인 학성지에 족보가 나온다. 동구의 주산인 마골산(麻骨山)이 동해와 만나는 관일대 쯤에서 바다로 빠져드는 형세가 말머리를 닮아 그대로 두면 몽땅 바다 깊이 빨려 들어갈 것 같아 줄을 걸어 당겼다는 이야기다. 오늘 울산여지도가 밟아보는 땅 남목이다. 말 머리가 마을을 등진
‘갓난아기 연봉 1,000만원 시대’라는 신문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9월 태어난 아이 부모라면 올해 1~8월에 만 0세로 매달 70만원씩, 9~12월엔 만 1세가 돼 매달 35만원씩 받는다. 2024년 부모급여 인상에 따라 1~8월에 월 50만원을 받는다. 모두 더하면 1,220만원이다. 새해 새벽, 모든 방송사 카메라가 새해둥이가 태어나는 병원으로 몰려간다. 새해 희망은 탄생과 동의어다. 2023년 계묘년 ‘흑토끼의 해’ 첫날. 울산에서도 새해 첫아기가 우렁찬 울음과 함께 세상에 태어났다. 1일 울산 보람병원 가족
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들이 항해할 때는 항상 토끼 몇 마리를 태웠다. 토끼가 사람들보다 ‘산소 부족’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산소가 모자라면 토끼는 사람보다 7시간 먼저 반응한다. 토끼는 일종의 생체 측정기 역할을 했다. 승무원들은 멀쩡한데 토끼가 괴로워하거나 죽으면 잠수함은 재빨리 물 밖으로 나와 산소를 공급했다. 문제는 토끼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거나 토끼를 다 소진했을 때였다. 그럴 때는 졸병이 토끼가 있던 가장 아래층에 내려가야 한다. 함 내 산소가 가장 먼저 바닥이 나는 곳이 아래층이기 때문이다. ‘잠수함 속의 토끼’라는
답답한 주말이었다. 울산 지역은 지난 주말 내내 미세먼지 공해 속에 지냈다. 올들어 첫 초미세먼지 주의보도 발령됐다. 울산시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주말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를 올해 처음으로 발령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전일 잔류한 미세먼지가 대기 정체로 축적돼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돼 발생했다. 주말 동안 울산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는 81㎍/㎥였다.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는 농도가 75㎍/㎥ 이상, 2시간 지속될 때 발령되고 35㎍/㎥ 미만이면 해제된다. 초미세주의 주의보가 발령되면 정밀장비 운영
1935년 영국 공군이 훈련용 복엽기 타이거 모스(Tiger moss)를 대공사격 훈련용 무인기로 개조하면서 DH82 B 퀸비(Queen Bee, 여왕벌)라는 별명을 붙였다. 오늘날 새로운 무기로 급부상한 드론(Drone, 꿀벌 등 수컷 곤충)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무인기(드론)를 요격하는 데 사용하는 최첨단 방공 미사일 비용이 너무 비싸 고민에 빠졌다. 러시아가 사용하고 있는 이란제 자폭 드론은 약 2만 달러(약 2,400만원)정도다. 반면 이를 요격하는 미국의 첨단 지대공 미사일 NASAMS(나삼스)의
중세의 고문 집행자들이 죄수의 엄지손가락을 서서히 죄는 고문 기계에는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고안한 나사가 사용됐다. 가슴을 죄어 붙이는 갑옷에도 나사가 쓰였다. 1917년 미국 청년들이 최초의 기계화된 전투를 위해 유럽으로 건너갔을 때 미국과 영국의 나사가 서로 달라 큰 불편을 겪었다. 영국의 기계공들은 미국의 폭격기를 정비할 수 없었다. 나사 크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나사의 국제 규격화는 필수적이다. 1904년 미국 볼티모어 대화재 때는 인근 9개 도시에서 달려온 소방대들이 볼티모어 소화전에 그들의 소방호스를 끼울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