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근 시인·문화평론가

가을향기 물씬 살랑이는 코스모스 활짝
질서정연 정돈된 꽃잎 우주 단어와 연결
여러 빛깔 조화 꽃밭소풍 치유 시간되길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자태로 신작로 가로수 미루나무사이로 줄지어 피어 있거나 들판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코스모스는 대표적인 가을꽃이다.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며 가을바람에 살랑거리며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는 코스모스 꽃말은 가냘프고 수줍은 소녀에 비유되어 순정과 순결을 의미 한다. 또한 코스모스 꽃의 순 우리말은 '살살이 꽃'이다. 신은 가을을 서정적으로 꾸미기 위해 분홍, 하양, 빨간 색깔조합으로 질서와 조화를 강조하며 '살살이 꽃'을 피웠다. 
 코스모스(Cosmos)라는 어원은 그리스어로 '질서정연'한 우주를 어원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코스모스는 탐사 가능한 우주가 아니라 우주 발생설 이전 카오스에 대립된 개념으로 광활하고 고요한 공간으로 크기를 잴 수 없는 하늘의 바다와도 같은 것이다. 이 공간에는 은하들만 존재하며 인류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코스모스는 질서, 정돈, 장식, 조화로 잘 어우러져 있다는 관념적 우주였기에 곧 코스모스는 우주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우주를 창조한 신은 우주를 닮은꼴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꽃을 만들기로 했다. 신은  솜씨를 발휘해서 꽃을 만들었지만 한 송이로는 마음이 차지 않았다. 다시 이런 저런 모양과 색깔로 여러 송이가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면서 바람의 미학에 어울리게 하늘하늘 거리게 만들었다. 신은 온갖 정성을 쏟아 자유와 평화의 상징으로 코스모스 꽃을 피웠는데 옛날 스페인 어느 수도원 신부가 정원에 피어난 꽃을 보고 여덟 개의 꽃잎이 대칭적이고 잘 정열 돼 있는 모양을 보고 질서정연한 코스모스를 떠 올리고 꽃을 '우주'라고 결정했단다.
 조화는 정의이다. 조화는 여러 가지 것들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정의는 또한 조화이다. 코스모스의 질서 정연은 곧 '잘 정리하다(cosmeticos)'이며, 사람들이 얼굴이나 피부 등을 정돈하고 장식하는데 쓰이는 '화장품' 어원도 코스모스에서 유래 됐다. 화장품을 사용해 몸을 꾸미기 위한 미용의 역사를 고대 이집트에서 찾지 않더라도 중세 르네상스시대 균형 있는 건축물 비율 같은 화장술을 몸에 적용하려는 노력으로 여성은 피부, 치아, 손은 흰색이어야 하고, 입술, 볼, 손톱은 붉어야 하고 눈, 눈썹, 속눈썹은 검어야 한다는 조화의 질서가 당시 화장술 문화라 하겠다. 
 지금 대자연은 가을이라는 공간을 화려하고 품격 있는 물감으로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다. 색깔이 강하거나 약한 정도나 상태. 또는 짙거나 옅은 정도나 상태가 조화롭지 않으면 가을이 아니다. 이런 빛깔의 조화는 가을만이 가지는 정의(情義)이다. 
 지금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가을축제 채비와 전국체전 때 울산을 방문하는 내외 손님맞이에 소홀함이 없도록 갖가지 공사가 한창이다.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이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는 곳도 있지만 곧 치유될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정원 십리대숲 섶길따라 코스모스 꽃밭이 더러 있다. 
 꽃을 연구하는 전문가에 의하면 코스모스의 진짜 꽃은 겉으로 드러난 여덟 장의 화려한 꽃잎이 아니라 꽃잎 안쪽 가운데에 촘촘히 박힌 꽃술이 진짜 꽃이란다. 진짜 꽃이 작고 못생겼기 때문에 꽃가루를 옮기는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이 알아채지 못하게 화려한 가짜 꽃잎으로 유혹하는 것이란다. 그러나 꽃술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마치 무수한 별 같다. 별이 곧 우주다. 
 코스모스가 품고 있는 우주, 저 신비로운 질서정연한 조화를 사람들은 눈으로만 익혀야 할 것이 아니다. 때 마침 가을 햇살을 실은 바람에 꽃들이 살랑거린다. 말 그대로 살살이 꽃이다. 순 우리 말 살살이 꽃을 중국인은 물결처럼 일렁인다 하여 파사국(波斯國)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살살이 꽃'이 가을에 썩 어울린다. 모나리자 위선을/길섶/나릿물 따라/키 재기 살살이 꽃무리/파스텔 덧칠하고/야료하는 폼/가을바람에/허리춤이/망설인다/그러다가/꽃 지려거든/한사코 /가시려거든/하늘 향한/민낯 시선은/피하고 가시던지. 시집 『살살이 꽃』에 실린 전문.

이병근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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